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こちら秘封探偵事務所) 제 1장 - 홍마향편 제1화
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こちら秘封探偵事務所)
글 : 浅木原忍
일러스트 : EO
제 1장 - 홍마향편
제 1화
열 명의 작은 병정이 밥을 먹으러 갔더니
한 명이 목에 걸려서 아홉 사람이 남았다
─1─
──모든 것의 시작은 그녀의 작은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스미레코 씨?」
「그래, 우사미 스미레코(宇佐見菫子). 내 기준으로 보면 작은할머니──할아버지의 여동생이지만」
유우교토역(酉京都駅, 서교토역)에서 발차한 히로시게 36호는 보오도쿄역(卯東京駅, 동도쿄역)을 향해 53분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
오늘의 칼레이도 스크린은 지방의 로컬 선로같이 한가로운 시골 풍경을 느긋하게 달리는 완행열차같은 느낌의 영상이 스크린에 흐르고 있었다.
어차피 이것도 인위적인 물건이긴 하다만.
그 열차 안에서 나──마에리베리 헌은, 나의 파트너 우사미 렌코와 서로 마주보고 있다.
과자를 집어먹으며 파트너는 칼레이도 스크린의 인위적인 자연 풍경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나도, 그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는 요즘에 와서야 알았지만 말이야──」
라며 목소리를 깔은 채 파트너는 귓속말을 하듯 내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녀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같아」
「밤하늘을 보고 시간을 중얼거리는 것 같이?」
「전혀, 그 정도가 아니라.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사이킥. 초능력자였다는 것 같아」
「하아」
이제 와서 이 파트너가 무슨 말을 하든 놀랍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먼 친척이 초능력자였다는 건,
약간 진부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렌코가 존재 자체를 몰랐던 듯한 작은할머니였다면, 아마도 이미 이 세상에 없을테니./
내가 노골적으로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눈치챘는지, 렌코는 뺨을 붉혔다.
「야 메리, 믿기지 않는다는 거야?」
「그야 갑자기 사이킥이라고 해도 말이지. 그 작은할머니께서 태어난 시절이라면
니시자와 야스히코(西澤保彦)나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가 초능력 미스터리물을 쓰고 있던 때라 괜찮겠지만,
요즘에는 너무 손때가 묻을 정도로 오래되었잖아?」
「아니 뭐, 나도 그런 눈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니고, 할아버지의 단순한 망상이 오해였다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스미레코라는 이름의 작은할머니가 있었다는 건 호적을 조사해본 결과 틀림없었어.」
「그래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신비한 힘을 조사하는 것이 이번 보오도쿄로 가는 목적이었다는 거야?」
「단적으로 말하면 그런 거야.」
나는 작게 한탄했다. 들은 정보에만 근거로 해, 여름방학 초에 히로시게에 타고 도쿄 변방까지 갈 처치가 되다니,
《비봉클럽》도 전혀 쉽지 않다.
하지만 뭐──라며 눈 앞의 파트너의 즐거운 듯한 표정에, 나는 턱을 괴며 작게 미소를 흘린다.
이렇게 렌코와 함께하는 것을 진심으로 싫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렇게 일부러 도쿄에 가는데까지
따라다니지 않았을테니. 렌코에게는 그런 건 말할 수 없지만.
──비봉클럽. 그것은 나와 이 파트너, 우사미 렌코가 소속해있는 오컬트 서클의 이름이다.
서클이라고 해도 부원은 나와 렌코 두 사람 뿐. 애초에 파트너가 나와 함께 금지된 결계 파헤치기에 열중하는 걸 구실로
이름을 올린 것에 지나지 않다, 당연한 일이지만 대학비공인, 제대로 된 영능활동 등을 하지 않는 불량 서클이다.
대학에 입학한 직후 이상한 일을 계기로 나와 이 파트너와 알게 되어, 서로 눈에 기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쪽 이야기는 길어질 것 같으니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지만──세계의 틈새, 피안과 차안의 경계를 엿보는 내 눈에
파트너는 엄청난 흥미를 보여, 그 파트너에게 끌려가, 우리들은 나날이, 경계의 너머에 있는 신비한 세계를 찾아다니는 유타(遊惰)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 도쿄 여행도 그런 서클활동의 일환──이 되었을 터였다.
자, 애초에 발단은 2주 전, 파트너가 할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귀향했던 때였다.
도쿄 출신인 렌코는, 친가의 부모님이나 친척이 모두 도쿄에 살고 있다. 히로시게에 타고 날아가 돌아간 파트너는
간신히 조부의 임종에 늦지 않았고, 장례식과 유품의 정리를 도우며 교토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곁으로 와서 제일 먼저 이런 말이나 해댔다는 것이다.
『메리─! 여름방학이 되면 도쿄에 가는거야!』
이리하여 자세한 사정도 모르는 채, 학기말 시험과 레포트를 해치운 우리들은
거의 그 걸음에 히로시게에 탑승해 도쿄를 목적지로 하고 있다.
나는 도쿄에 가는 것은, 작년에 렌코의 피안 귀성에 함께하고, 렌코의 가족에게 인사하고 나서 이번이 두번째이다.
변변한 준비도 못한 채 도쿄에 가다니, 너무 달아올랐다.
그런 나의 낮은 텐션을 헤아린 듯, 렌코는 호들갑스럽게 어깨를 움츠려보였다.
「메리, 내가 그 정도의 정보만으로 메리를 일부러 도쿄까지 끌어들였다고 생각해?」
「이미 그 이하의 정보만으로 여러 곳에 끌려다닌 전과가 있습니다만」
「이번엔 달라. 이 건은 우리들에게도 관계없지 않으니까」
나는 어깨를 가까이했다. 태어나서 이 쪽으로, 도쿄에 간 것은 작년에 한 번 뿐인 내가
살아있다고 해도 연세가 70이나 80인 렌코의 작은할머니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는건 말이야──」
일부러 그런 듯 목소리를 낮추고, 렌코는 옆에 있던 가방에서 모바일과 또 하나의 작은 무언가를 꺼냈다.
뭔가 먼 옛날의 기록 매체, 그 이름도 USB 메모리이다.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USB 메모리? 그런 거 읽어들일 수 있어?」
「전용 컨버터도 제대로 준비해뒀지」
파트너가 모바일에 연결한 컨버터에 USB를 꽃는다. 모바일의 화면을 들여다보니
무언가의 파일이 확인되었다. 아무래도 원시적인 문서 도큐멘트인 듯 하다.
「할아버지의 유품이야?」
「그래. 할아버지가 젊었을 시절에 웹사이트에 써둔 일기나 잡다한 건 오래 전에 전자의 바다에 사라진 모양이지만──
그런 불특정다수의 눈으로 접촉할 수 없는, 극히 사적인 메모같은 것이 USB에 저장된 채 친가의 책상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는 거야」
렌코가 파일을 여니 문서가 표시된다.
「뭐, 전부 읽으면 도쿄에 도착해버리니까, 간추려서 설명하겠지만.
──작은할머니, 스미레코 씨가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아무래도 할아버지만이었다는 것 같아.
당시 스미레코 씨가 어릴 적부터 교묘하게 숨기고 있었으니,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는 모양이지만,
마음에 짚이는 곳은 몇 군데 있었던 듯 해. 물건을 만지지도 않고 움직이게 하거나, 순간이동으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나거나,
도둑잡기나 신경쇠약으로는 엄청 봐주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었다던가.」
「사이코키네시스에 텔레포테이션에 ESP? 그건 좀 과장된 거 아냐?」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니, 일단 그런 걸로 받아들여줘.
뭐, 어쨌든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여동생은 특수한 힘을 가진 인간인 듯 하다, 라는 걸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스미레코 씨를 신경쓰고 있었던 모양이야. 당시 스미레코 씨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런 자신의 재능에 심취해
천상천하 유아독존같은 성격이 되어 친구도 전혀 없었다는 듯 해서. 여동생이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를 걱정했던 것 같아.」
「미묘하게 귀가 아파」
「나도 그래. 어쨌든 할아버지의 걱정을 신경쓰지 않고, 스미레코 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는 집을 나와서
혼자 살기 시작해버렸으니까, 할아버지도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랐다는 것 같지만──」
라며, 렌코는 텍스트를 스크롤하며 한 곳에서 멈춘다.
「어느 날, 할아버지를 포함한 가족에게 스미레코 씨가 다니는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 벌써 3일이나 무단결석을 하고 있었대.
당황하며 가족이 스미레코 씨가 사는 아파트로 달려가보니──그곳에는 열심히 자고 있는 스미레코 씨의 모습이 있었다.
예전부터 스미레코 씨는 지각이나 수업중에 조는 일이 허다했다는 모양이지만──그 날, 가족이 달려와 흔들어 깨울 때 까지,
그녀는 3일 내내 계속 자고있었다는 것 같아」
나는 생각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아무리 봐도 평범한 사태가 아니다.
「흔들려서 일어난 스미레코 씨는 엄청 지리멸렬한 것만을 중얼대더니, 또 잠에 들었다.
영양실조에 시달린 일도 있어서 스미레코 씨는 그대로 병원에 실려갔지만......그대로 하루의 태반을
침대에서 링거를 맞으며 자면서 지내, 하루에 몇 시간동안 눈을 뜨고 있을 때에는 의미를 잘 알 수 없는 말을 하게 되었어.
신체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고, 의사도 거의 손을 뗐던 모양이야」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아마 메리가 상상하는 그대로일거야. ──그러고 있던 중에, 스미레코 씨는 결국 눈을 뜨지 않게 되었어.
의식만이 이 세계로 돌아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듯이, 꿈 속의 세계에 갇혀버리고 말았어」
──무의식적으로 히로시게 안의 온도가 훨씬 내려간 듯한 착각을, 나는 느꼈다.
갑자기 스스로의 눈을 가리고, 나는 작게 신음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가?
나의 이 눈. 이 세계의 경계를 보고 말아버리는 기묘한 눈. 이런 눈을 가지고 있는 탓인지, 나는 자주
꿈 속에서 이상한 세계로 헤매어 들어간다. 상대성정신학적으로 말하자면, 꿈 속에 있을 때 나의 주관에 의하면 그것이야말로 진실이다.
그러니까, 꿈 속에서 자신이 죽어버리면, 현실의 자신도 동시에 죽어버린다.
지금 히로시게 안에 있는 내가 꿈일지도 모르는 이상, 그 경계는 내 주관으로는 정의할 수 없다.
우사미 스미레코 씨는 70년도 더 된 옛날 사람이다. 아직 상대성정신학이 학문으로서 확립되어 있지 않았던 듯한
영적 연구와 정신학이 발달이 미숙했던 시대. 하지만 그 시절이라고 해도, 현대에 의한 상대성정신학적 세계인식을, 그녀가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녀의 꿈과 현실은, 바뀌어 버리고 만 것인가?
「스미레코 씨는──그럼, 아직 살아있어?」
나의 질문에, 그러나 렌코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그대로, 20년간 깨어나지 않고 계속 잠든 채로, 조용하게 숨을 거두신 모양이야.」
「────」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른채, 나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것은 묘한 꿈을 자주 꾸는 나에게 있어서는,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이야기이다. 꿈 속에서 기묘한 생물에게 습격당하거나,
신기한 저택에 헤매어 들어간다던가──그런 체험을 몇번이나 하고 있었지만, 한 걸음 착각하면 나도, 우사미 스미레코 씨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돌아가신 건 50년 전 정도?」
「그렇게 되겠구나. ──자, 본론은 이제부터야. 요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했는데.
할아버지 댁은 흔히 말하는 옛날 집이라서 말야. 몇번이나 개축했었지만, 집 자체에는 약 80년 정도의 역사가 있어.
그리고, 그 할아버지의 부모는 물건을 오래 쓰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그렇다는 건, 그렇다면 혹시」
「그래. 스미레코 씨가 혼수 상태에 빠지고 나서부터, 가족은 언제 눈을 떠도 문제없도록 해두고 있었지만,
결국 그대로 그녀는 죽어버리고 말았어. 스미레코 씨의 방을 이제 와서 치울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대로 봉인해버렸어.
나도 어릴 적에 본 기억이 있어. 할아버지 댁에 있는 열리지 않는 방. 그 안에는 그녀의 유품이 당시 모습 그대로 엄청난 양이 남아있다는 모양이야.
반세기 이상이나 방치된 채로, 말이야」
「────그건 굉장한데」
나는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50년──우리들이 아직 태어나기 훨씬 이전에 죽은 사람의 생활공간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있다고 한다면, 그 공간은 완전히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단절된 채로 존재하고 있다.
그 자체가 어떤 의미로, 경계의 너머이지 않은가.
「그런 고로, 스미레코 씨의 유품을 조사하는 것이 이번 도쿄로 가는 목적이야. 어째서 그녀는 눈을 뜨는 것을 거절하고
꿈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택한 것인가. 그녀가 가지고 있다고 하던 초능력은 진짜인 것인가.
그리고──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반세기 이상이나 봉인된 비밀을 찾아다니는, 그야말로 비봉클럽에 어울리지 않는 조사라고 생각되지 않아?」
닛, 하고 고양이같은 미소를 띄우는 파트너에게, 나는 애매하게 끄덕인다.
반세기도 전에 죽은 사람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신중하지 못하다, 라고 말할 생각은 아니다.
우리들에게──특히 우리들 자신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건 이해한다. 70년 전에 우사미 스미레코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꿈과 현실의 경계를, 그녀는 넘어버리고 만 것인가──.
그러나, 너무 비슷하게 느껴지는 탓인가,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 라고 말을 바꿔도 좋다.
무언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을 건드리고 만 것은 아닌가. 열어서는 안될 판도라의 상자에,
렌코는 아무 경계심 없이 손을 뻗으려 하는 것은 아닌가?
「......가족의 허가는 받은거지?」
「물론이야, 그 주변은 깐깐하지 않으니까. 메리가 온다는 것도 전해두었으니까, 보오도쿄역에 도착하면
그대로 할아버지 댁으로 직행하는 거야.」
이렇게 언제나 나는 이 파트너에게 손을 잡혀 이끌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될 것으로.
그것은 여느 때의 비봉클럽의 모습이었지만──그 때 나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막연한 불안과도 같은 무언가를, 그곳에 느끼고 있었다.
말로 할 수 없는 그것을 파트너에게 전할 수는 없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근심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물론, 이 시점에서 그런 건,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2─
마도(魔都) 도쿄의 번화가에, 우사미 가의 단독 주택이 조용히 장식하고 있었다.
렌코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서, 판자를 댄 계단을 삐걱거리며 오른다.
2층의 복도 끝에, 그곳만이 심하게 어두컴컴하게 가라앉은 듯한 목제의 문. ──나는 작게 숨을 삼켰다.
경계가 흔들흔들거리며 신기루처럼 흔들린다. 희미한 두통. 이건──명백하게도.
「어때, 메리. 여기서도 무언가가 보여?」
「......근본적으로 이렇다거나 저렇다는 건, 아니지만......경계가 불안정한 상태인 듯한 느낌이, 확실히 느껴져.
무언가──무언가가, 자기장을 일그러뜨리는 듯이......」
그것은 아마도 결계 사이 간섭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이 세계에는 온갖 장소에 이계로의 영적 결계가 존재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인위적으로 만든 결계가 있다. 신사의 금줄이 그렇고, 영토, 사유지라는 개념도 일종의 결계다.
애초에 집, 방이라는 것도 또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결계로서 기능한다.
본래, 그런 인위적인 결계라는 것은 극히 약한 것이다. 그러나, 신사나 산림같은 영적인 곳의 결계 등은 견고하다.
그만큼 원래부터 이 세계에 있었던 결계와 서로 부딪혀, 일그러짐을 태어나게 한다.
내 눈이 경계의 틈새를 보는 것은 언제나 신사와 불각 관계라고 지적한 것은 렌코이지만, 다시 말해 그것은
결계 사이의 알력으로 인해 경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 방이다. 반세기동안이나 봉인되어있었던 열리지 않는 방. 그런 곳에는
영적인 곳이 아닌 인위적인 결계로서는 생각할 수 있는 최고 클래스의 결계가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런 결계가, 원래부터 이 세계에 있던 결계와 반발하지 않을 리가 없다.
나로서는 이대로 뒤로 돌아서 돌아가고 싶을 정도였다. 본능이 위험하다고 하고 있다.
이 방은 위험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계가 느슨하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한 순간에 완전히 길이 합쳐질 수도 있다.
──그런 압도적인 불안을, 내 마음에 상기시킨다.
하지만, 그런 나의 불안은 이 파트너에 있어서는 호기심을 배가시키는 양념에 지나지 않다.
「그거 유망(有望)한걸. 자아, 도깨비가 나올지 뱀이 나올지, 확인하는 거야, 메리」
「진심이야?」
「당근이지. 우리들은 비밀을 파헤치는 자, 비봉클럽이니까!」
그 말과 함께, 파트너는 그대로 문에 손을 뻗어, 확 열어젖혔다.
──그 너머는 이미 다른 세계와 통하고 있었다, 같은 건 없었다. 어두컴컴한 서재같은 방 안,
먼지가 자욱이 일어나 커텐의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에 반짝이고 있다. 파트너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으면서 방 안에 발을 들였다.
나는 그 문턱에서 잠시 주저하고 있었지만, 렌코에 반강제로 이끌려, 먼지가 쌓인 방 안에 발을 들였다.
「책장을 보면 그 인물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이건, 장관인걸」
방의 벽이라는 벽을 묻어버린 책장을 올려다보며, 파트너가 말했다. 나도 나란히 책의 표지들을 올려다보며 감탄인지 놀란 것인지 알 수 없는 숨을 토한다.
신비주의, 흑마술, 초능력, 도시전설──금세기 초두의 시대까지, 오컬티즘으로서 일괄된 여러가지에 관한 막대한 장서가, 방을 파묻어버리고 있다.
2080년대──21세기도 종반인 현재에서 본다면, 현상(現状)의 영적 연구에 있어 인정된 것과, 수상쩍다며 배척된 것이 혼재되어 있어,
옥석혼효라고 할까, 심하게 혼돈스러운 인상을 받은 책들이었다.
「있잖아 렌코, 스미레코 씨가 혼수에 빠진 건 고등학생 때지?」
「그래. 고등학생에 이 양은 뭐, 상궤를 벗어나고 있네」
렌코도 반쯤 놀란 듯이 중얼거렸다. 정말, 나도 렌코도 대략 책벌레지만, 70년 전의 사람이라고 해도
연하인 사람이 이만큼의 책을 모으고는──그것도 초능력자라는 말을 믿는다면, 이것들은 그녀에게 있어
인테리어가 아닌 실용적인 책이었을 지도 모른다──라는 것은, 갑자기 믿기 어렵다.
애초에 구입할 때의 자금은 어디서 나오고 있는걸까. 뭐, 누군가로부터 받았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인 것인가──
하지만, 이라고 나는 방 안을 돌아보며, 한번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말로 이 방은 반세기 이상이나 봉인되어있었던 것인가. 그것을 생각한다면, 묘하게──.
「굉장하지요. 저도 처음 봤을 때는 깜짝 놀랐었어요.」
갑자기 등 뒤에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우리들은 돌아본다. 렌코의 할머니가 그 곳에 서있었다.
「할머니, 이 방에 들어간 적 있어?」
「예, 그야 여기는 제 집이니까요. 몇 년에 한번씩, 청소하고 있었지요」
아아, 역시 그랬던 것인가. 나는 납득하고는 끄덕였다. 반게이 이상이나 완전히 열리지 않는 방이었다면
먼지의 양은 고작 이만큼밖에 있을 리가 없을테니, 좀 더 방 전체가 피폐해져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는 어딘가 그리운 듯 방 안을 바라보며, 「분명, 이 방도 렌코 씨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겠지요──」라고 중얼거렸다.
「할머니, 그게 무슨 뜻이야?」
「저는, 스미레코 씨에 대해서는 혼수 상태에 빠진 이후밖에 모르지만 말이에요. ──이 방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스미레코 씨의 유언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에?」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파트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파트너도 어안이벙벙한 얼굴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얘기지만 말이죠──스미레코 씨가 혼수 상태에 빠진 뒤, 할아버지가 스미레코 씨의 방을 뒤져보니 스미레코 씨의 전언이 그 곳에 남아있었다는 거에요.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가능한한 이 방을 그대로 계속 보존해줬으면 한다』──라고. 할아버지는 여동생 씨의 그 유언을, 죽을 때까지 계속 지키고 계셨던 거에요」
렌코도 이 이야기는 처음 들은 듯 하다. 깜짝 놀란 표정의 손녀에게 할머니는 미소지으며, 「아아, 맞다 맞아, 스미레코 씨의 유언이 또 있었죠, 분명──」라고 이어갔다.
「그래──『언젠가, 비밀을 파헤치는 자들이 내가 발견한 비밀을 파헤쳐줄테니까』......였었나」
「────」
이번엔 우리들은, 말없이 서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마치── 70년 후 우리들의 방문을 예언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반세기 전에 죽은 사람의 그림자가 갑자기 이 방의 어둠에 비춰진 듯한 착각을 느껴,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니──우사미 스미레코라는 소녀는 이 방에서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개념만이 존재하는 듯한 것이 되어서──.
아래에 있을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렌코의 할머니는 모습을 감췄다.
남겨진 우리들은 잠시 멍하니, 망연자실한 것처럼 방 안을 배회하고 있었지만
파트너는 결의한 듯 벽장에 다가가, 그곳을 열어젖혔다.
「......뭐야 이게, 공원에 있는 팬더 놀이기구?」
벽장의 아래에 어째서인지 어린이공원에 있을 법한 탈 수 있는 팬더가 자리잡고 있다.
그 옆에는 통행금지 표지판. 어째서 이런 것이 벽장 안에 있는 것인가.
위에 있던 작은 상자를 열어보니, 고전적인 ESP카드가 들어가 있어다. 물론 그것이 그녀가 초능력자였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 맥락 없는 물품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먼지 때문인가, 가볍게 두통을 느끼며 나는 책장 쪽으로 돌아갔다. 역시 책을 바라보고 있는 쪽이 마음이 진정돼──그런 것을 생각하며 책 표지를 흐르듯 보고 있던 나는
그 중에 하나, 눈에 띄게 잘못 둔 듯한 책이 있는 것을 눈치챘다. 좋은 하드 커버에 섞인 채로 눈에 띄게 얇은 노트같은 표지가 있다.
호기심에서 나는 그 얇은 책자를 꺼내──표지에 쓰여진, 희미한 문자를 읽은 순간
엄청난 충격으로, 그 노트를 떨어뜨렸다. 바닥의 먼지가 날아오른다.
「무슨 일이야, 메리?」
벽장을 조사하고 있던 렌코가 돌아보며 이쪽으로 걸어온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노트를 주워올려, 먼지를 털어내
다시 한번 표지에 쓰여진 문자를 확인했다. 그 문자는 몇번을 봐도 같은 단어가 적혀져있다.
──하지만, 어째서야. 어째서 그 이름이, 이런 오래된 노트에 적혀 있는 거야?
「......있잖아, 렌코. 하나 물어보고싶은데」
「뭔데?」
「《비봉클럽》이라는 서클 이름──렌코가 생각해낸 게 아니었어?」
그 곳에는.
그, 지금도 손대면 찢어질 것 같은 너덜너덜한 노트의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던 것이다.
──《비봉클럽 활동일지》라고.
「거짓말──그런 바보같은 일이!」
렌코는 낚아채듯 내 손에 있던 노트를 뺏어 찬찬히 그 문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신음해──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비봉클럽은 내가 생각한 이름일텐데......」
「......스미레코 씨가 이름을 지었던 것을 어딘가에서 들었다, 는 건 아니고?」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가능성으로서는 그것밖에 없을 것이다. 이 노트가 스미레코 씨의 물건이라면, 그녀는 70년 전에 《비봉클럽》이라고 이름 짓고서
렌코는 할아버지로부터 그 이야기를 어릴 적에 들었었다. 심층의식에 잠겨 있던 그 이름을, 나와 오컬트 서클을 결성할 때 자기도 모르게 쓰고 있었다──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
하지만, 렌코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상당한 충격이었던 듯 하다.
멍한 표정인 채로, 렌코는 그 노트를 펼치려 했던──그 순간, 노트의 페이지 사이로부터 무언가가 떨어져, 바닥에 딱딱한 소리를 내며 굴렀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주워올렸다. 작은 호박이었다. 안에는 어떤 벌레가 봉인되어있었다──.
다음 순간에. ──휙, 하고 세계가 일그러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손으로 가렸다. 하지만, 손가락의 틈으로부터, 그것은 시계를 메울 듯이 넘쳐흘러, 나의 세계를 먹어치우려 한다.
──세계의 틈새. 경계의 균열. 이 세계의 너머로 통하고 마는──문.
위험하다. 결계의 흔들림이 너무나도 거대해. 이대로는 삼켜지고 만다──.
「렌코──」
나는 바로 파트너의 손을 잡았다. 아니, 파트너를 이 결계의 틈새로부터 도망치게 만들려고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나는 파트너의 손을 잡고 말았다.
「메리──」
바로 곁에 있을 파트너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멀다.
세계가 신기루와도 같이 흔들리며, 환상같이 희미해져, 모래와도 같이 무너져간다.
너무 길었던 꿈에서 깨어나듯, 세계가 한 순간 그 색을 싫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다.
결계의 틈새가, 우리들을 먹어치우듯, 머리부터 삼켜간다.
서로의 손을 강하게 잡은 채──우리들은 피안과 차안의 결계를 뛰어넘는다.
시간이 봉인된, 벌레가 들어간 호박을 쥔 채로. 그 의미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리고, 암전(暗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