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박물지(燕石博物誌) ~ Dr.Latency's Freak Report
연석박물지(燕石博物誌) ~ Dr.Latency's Freak Report
——한없이 작은 그 세상에는 요괴가 살고 있었다
그런 서두로 시작하는 동인지를 두 사람이 만든다
상하이 앨리스 환악단이 연주하는, 신비하고 중독되는 음악집 제 8탄
1.천진난만한 두 사람의 박물지(他愛も無い二人の博物誌)
Our Supernatural Story
「좋았어, 거의 다 완성되어가고 있어」
「남은 건 체험담과 에세이 뿐이네.
그것보다 전혀 진도가 없는 건 메리가 담당한 부분뿐이잖아」
「들켰나?」
「누가 먼저 제일 말을 꺼냈더라?」
과다 공급이 된 상품은 가치가 떨어지듯, 인류 전부가 유복해진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부자가 사라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정보가 전자에 기록될 수 있게 되었던 때부터, 막대한 정보를 한 순간에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옛날부터 절대적으로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속도와 양은 가치를 싫었다.
그 대신 절대적인 가치를 손에 넣은 것이, 질이다.
그 중에서도 개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한 정보는 세상의 질적 셀레브레이션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2.얼어붙은 영원의 도시(凍り付いた永遠の都)
Unstained Dystopia
「두 사람의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건 메리잖아?」
「그랬었지요.
하지만 문장을 쓴다는 건 꽤나 지치는 일이니깐 말이야」
「지치지 않는 작업에 즐거움이란 없는 거야.
모두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되는 편리한 세계만큼 지루한 디스토피아도 없다고」
정보의 전자화가 끝까지 진행된 세게에서는 전자서적이라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서적은 어디까지나 원래 서적을 베이스로 생겨난 물건이다.
그러므로 책이라고 한다면, 종이로 된 책을 지칭하는 것이다.
마에리베리 한(메리)의 생각으로, 두 사람이 봐왔던 신비한 세계를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보고 있는 세계가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3.닥터 레이턴시의 잠들 수 없게 되는 눈동자(Dr.レイテンシーの眠れなくなる瞳)
Dr. Latency's Freak Report
무녀, 이타코[각주:1], 영능력자, 초능력자, 경제학자...
보이지 않을 법한 것을 보는 눈의 소유자는 옛부터 존재했다. 그들은 모두 인축 취급의 대상이 되었다.
메리의 눈동자도 바이러스에 의한 섬망(譫妄[각주:2])으로 진단받는 일도 있었다.
허나, 술을 마시고 냉정하게 되었을 때 문득 생각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부정당하는 것이라면, 관측 불가능한 물리학도,
너무 멀어서 손이 닿지 못하는 천문학도 이미 망상의 영역이 아닌가 하고.
그것들이 사실로서 이 세상에 군림하는 것이라면, 메리의 눈동자는 사실을 넘은 진실이라고 해도 좋지 아니한가.
우사미 렌코에게는 메리가 망언을 내뱉는 물리학자의 눈을 뜨이게 해주는 진실학자로 보였다.
「쓰는 게 귀찮다면, 지금 여기서 얘기해줘도 괜찮다고?
나중에 문장으로 만들테니까」
「어머, 렌코는 그런 것도 가능하구나, 고마워ー
그럼 바로 시작할게, 최근에 말이야...」
4.9월의 펌프킨(九月のパンプキン)
Parallel Communication
같은 장소에서 다른 것을 본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최근 메리는 몇몇 세계를 동시에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메리에 의하면 인간은 각자 조금씩 다른 세계를 보고 있다고 한다.
매우 흥미롭게도, 다른 세계를 보고 있어도 커뮤니케이션은 성립된다는 듯 하다.
메리는 신기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부의 인간만이 보고 있는 이상한 세계의 이야기였다.
그 곳에는 극히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 세상의 상식이 성립하지 않는 기묘한 세계의 이야기였다.
미립자가 공간도 시공도 뛰어넘는, 기묘한 세계다.
「...일부의 인간이라니, 물리학자 얘기야?」
「명답이야. 역시 대단한걸.
하지만 말이야, 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세계에, 이상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건 몰랐지?」
5.수유는 플랑크를 넘어서(須臾はプランクを超えて)
Very Very Short Time
메리에 의하면 양자가 지배하는 인간이 보고 있는 세계를 「이 세계」라고 한다면,
다른 양자가 지배하는 「저 세상」에 해당하는 세계도 무수히 존재한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저 세상」에는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에 존재해서, 흔들림에 의해서 나타나는 일도 있는 생명체라는 건 요괴라고 생각해」
「요괴...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이상하게 들리는데」
「뭐, 천사든 악마든 유령이든 UMA든 뭐든지 좋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사상은 분명히 존재해, 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요괴가 그에 딱 들어맞을려나」
확실히 예로부터 요괴의 존재는 긍정되어왔다.
그러나 세계가 반증가능성을 묻는 과학철학에 지배되어, 요괴의 문제는 사라져갔던 것이다.
6.슈뢰딩거의 요괴고양이(シュレディンガーの化猫)
Schrodinger's Black Cat
「요괴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라고 생각하면 있잖아, 보이기 시작했어.
지금도 요괴가 사는 세계가.」
「그거 혹시 다른 브레인[각주:3] 월드...」
「뭐야 그게」
「물리학자에게만 보이는 세계 중 하나야」
지리적, 과학적인가, 혹은 우연인가 알 수 없는가, 예로부터 다른 세계가 쉽게 보이는 장소를 성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신사 같은 것은 그야말로 성지다.
신사에서 고양이를 봤다고 하는 메리.
그러나 그 고양이는 결코 누군가의 눈과도 마주치는 일 없이, 장애물과도 부딪히지도 않고
자유롭게 배회했다는 듯 하다.
메리는 바로 알아챘다. 저것은 양자의 틈새에서 사는 요괴고양이라고.
「헤에, 양자적으로 관측불가능한 고양이...
관측할 때까지 살아있기도 하고 죽어있기도 한다.
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같네」
「내가 보고 있었으니까 살아있는 건 확정이지만 말야」
7.공중에 떠오르는 휘침성(空中に沈む輝針城)
Gravitino World
메리가 말하는「저 세상」이란 생물이 있는 것뿐만이 아닌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기묘한 세계라는 모양이다.
「성이 떠있는 것도 본 적이 있어.
그것도 위아래가 뒤집혀서」
「중력자의 구성이 다르다면 성질도 달라져.
메리가 본 것은 그런 다른 브레인일지도 모르지」
「이상하게도 그립다는 느낌이 들었단 말이지
좋구나, 목조 천수각이라는 건.」
「엥, 그쪽이야?
성이란 건 신데렐라가 사는 성 같은 걸 상상했는데」
「어느 쪽이냐고 얘기한다면 마츠모토[각주:4]쪽이야」
신비한 세계의 이야기를 어딘가 즐거운 듯 이야기하는 메리였지만,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몸을 떨었다.
보아하니 즐거웠던 기억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8.금기의 막벽(禁忌の膜壁)
Another Membrane
환시가 가능하다는 물리학자에 의하면 이 세계는 얇은 막(멤브레인, Membrane)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듯 하다.
그리고 그 브레인(막)이 몇 개나 존재한다던가.
메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 브레인 월드라는 것인가.
그녀가 말하길「이 세상과 저 세상의 사이에는 작은 경계가 있어서, 그 곳에는 왕래를 강하게 거부당해,
뭔가가 있어. 살짝 수법을 익히면 간단하게 건너는 게 가능하게 돼」라는 듯 하다.
「그 왕래를 거부하는 무언가라는 건 삼도천 아니야?」
「아마도, 옛날에 보였던 사람은 그렇게 이름을 붙였던 거겠지.」
브레인은 강의 흐름에 의해 나타난 염색물 같은 것이란 건가.
염색물에 쓰여진 무늬가 능숙하게 강을 건너, 다른 염색물로 이동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메리의 행동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간단하게는 불가능하지만.
하지만 다른 염색물로 모양이 옮겨져버리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건 무늬가 아닌 더럽혀졌다고 인식되어버리는 것이겠지.
「――다른 게 섞여들어온다면, 제거해야만 해」
「응? 왜 그래 메리.
갑자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아, 응?
나, 어디까지 얘기했었더라?」
「『저 세상』에서 보았던 것에 대한 얘기야.
메리가 보았던 걸 정리해서 박물지로 만드는 게 이 책의 테마니까.」
9.고향의 별이 비치는 바다(故郷の星が映る海)
Unstained See
다양성에 풍부한 숲을 보았다.
낮은 땅에 사는 생물을 접근시키지 않는 긍지 높은 영험한 산도 보았다.
신비적인 안개가 자욱한 호수를 보았다.
그 곳에는 아름다움 뿐만이 아닌 자연이 있었다.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양자의 세계의 틈새에 잠입해 있었다.
그런데, 성질이 다른 양자가 지배하는 브레인에 간다면,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메리는 생각해내고는 공포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10.퓨어 퓨리즈 ~ 마음이 있을 곳(ピュアヒューリーズ ~ 心の在処)
Pure Furies
「나를 발견하면 거기에서 사는 요괴들이 공격해 오는거야」
「에엥?
근데, 뭔가 메리는 괴물한테 습격당하는 버릇이 있네」
「뭐 그건 이미 익숙해졌지.
역시 이세계의 생물인 건 알겠지.
내 입장에서 본다면 요괴들이 흔들리면서 보이듯이,
요괴들한테는 내가 유령처럼 보일지도 몰라」
형태가 없는 양자들이 종횡무진하게 진공을 달리듯이 요괴도 하늘을 날아서 공격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요괴였어?
갓파? 텐구?」
「인간 형태였어.
하지만 말이야, 『저 세상』의 세계에서 모습은 의미를 갖지 않아.」
적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메리는 꿈에서 깨어나 있었다.
11.영원의 3일천하(永遠の三日天下)
Everyday Affairs
「모처럼이니까 보스전 느낌으로 써볼까」
「박물지 아니었어?」
「모험담같은 박물지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해.
봐봐, 대항해시대같은 박물학도 다르게 말하면 모험담이잖아?」
「뭐, 문장으로 만드는 건 렌코니까 상관없지만」
「그럼 그런 느낌으로 다시 취재, 시작하도록 하자.
메리, 아니 "Dr. 레이턴시"」
「......진짜로 그 펜네임으로 갈 거야?
뭔가 창피한데.」
「양자의 틈새에 숨어있는 세계를 보는 박사니까.
딱 어울리잖아.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고, 서양적으로나 동양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내용이 내용인 만큼, 저자의 상세한 사항은 숨기기로 했다.
누가 봐도 기이한 내용의 책이었지만, 일부 오컬트 책 매니아에게는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후기
안녕하세요 ZUN입니다. 4년만의 음악 CD입니다.
최근 AI의 진화가 눈에 띄게 발전했죠?
AI가 바둑 챔피언에게 승리하고, 인간이 그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소설으로 상을 휩쓴다던가.
그건 기술적인 정보의 가치가 낮아져가고 있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조금 전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 작곡하는 방법, 게임 제작법을 강의하는 것이 유행을 탔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것은 AI도 습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에는(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요) 저도 모르게 입버릇처럼 살기 힘든 세계가 되었다, 라고 말해버리곤 합니다.
그 이유는 연예인, 일반인 상관 없이 한 번의 실수가 용서되지 않는 상황과, 공포에 떨어 필요 이상으로 사죄를 하는
기업들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그렇게 된 걸까요.
그건 정보의 발신이 누구라도 가능하게 되었으니까...라는 것이 제1의 이유.
제2의 이유는 정보가 과다한데도 지금도 정보의 가치가 높은 채로, 라는 이유겠지요.
과감하게 정보 신앙을 버려본다면, 렌코와 메리가 쓴 동인지(?)를 즐긴다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상하이 앨리스 환악단 ZUN (재밌는 것은 구글에서 찾을 수 없어)